[연말결산] 올해 내 선택 중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올해 내 선택 중 한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5월 연휴 때 본가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혼자 여유로운 휴가를 보냈던 날을 바꾸고 싶다.
 

그 전 현상 공모 프로젝트로 인해 대체 휴무가 쌓였었고, 5월 공휴일을 활용해 약 10일 가량을 쉬었다.
5월 4일부터 부처님오신날인 15일까지가 휴가였는데 평소 혼자 조용한 휴식을 좋아하는 나는
본가에 내려가서 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혼자 휴식을 갖기로 결정했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느즈막이 일어나서 장을 보고, 혼자 밥을 해먹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던 휴가였다.
 
근데 이 여유로웠던 휴가의 마지막 날, 올해 내 선택 중 가장 바꾸고 싶은 휴가가 되었다.
 
15일 아침, 마지막 휴가날을 즐기려 그 날도 느즈막이 일어나서 아점으로 먹을 오일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그 때 엄마한테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 뭐해?
- 나 밥하는데? 파스타 만들어.
- 아 그래? 그럼 그거 다 먹고 다시 전화해.
- 왜? 지금 말해
- 아냐 그거 다 먹고 전화해
 
부모님과는 자주 만나서 대화를 하긴 하지만 사소한 일로는 잘 통화하지 않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있었다. 그 때 친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 너 괜찮아?
- 왜?
- 엄마가 전화안했어?
- 아 아까 전화왔는데 밥먹고 다시 전화하라던데
- 아.. 그럼 밥먹고 다시 전화해 봐
- 뭔데
- 아 엄마한테 전화해 봐
 
 
갑자기 떨리고 두근거렸다. 무슨 일이 생겼구나.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 나 밥 다 먹었어
 
실제로는 한 입 정도 먹었을 때였나. 그치만 이미 식사는 안중에 없다.
 
- 오늘 아침에 호두가 죽었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 왜?
- 갈 때가 됐나 봐. 어제도 간식 먹고 잘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떠났어.
- 왜?
- 뭘 왜야. 그래도 오래 아팠잖아
- 근데 나 인사도 못했잖아...
 
정말 전화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 어린애처럼 으앙 하고 울었다. 
 
집에 있을 껄.. 10일인데 마지막 10일인데..
강아지는 착하게도 휴가 마지막 날에 맞춰 무지개 다리를 건너줬는데 나는 너무 무심했구나.
 
호두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이 생각이 제일 많이 나고 후회스러웠다.
그 친구는 날 끝까지 기다려 준 것 같고 나는 그냥 혼자 있고 싶다는 이유로 기다리는 친구를 보러가지 못했구나..

너무 너무 미안했다. 
 
 
호두는 2년 정도 심장병 약을 먹었다.
그치만 약도 너무 잘 받는다고 했고, 대부분 살이 빠지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호두는 포동포동했다.
본가가 이사를 한 뒤로 새 집에서는 한 번 크게 아프기도 했지만 코로나 때 온 식구가 집 안에서 재택을 하면서 다시 안정을 되찾았었다.
요근래에는 조금 기운이 없어보이긴 했지만 주기적으로 병원에 갔었고 크게 문제가 없었기에, 특히 식욕이 왕성했기에 무심해졌던 것 같다. 
말 하지 못하는 친구의 마음을 더 잘 읽어주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다.
 
 
같이 사는 10년동안 너무 행복했고, 덕분에 많이 웃기도 했다. 위로도 정말 정말 많이 받았다.
하늘에서는 약도 안먹고 싫은 것도 안하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숨도 잘 쉬고 편안하게 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천사같은 내 첫 강아지 호두, 항상 보고싶다.